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인터넷에는 무지로 인한 엉뚱한 주장이 종종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인기를 끌곤 한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없고, 자신의 주의 주장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거짓을 늘어놓기 일쑤다.
‘자그니’라는 사람의 최근 글이 대표적이다. 주성영이 싫고, 한나라당이 싫고, 정부가 싫고, 조중동이 싫으니 대충 자기 멋대로 사실관계를 끼워맞춘다. 그렇다고 내가 주성영과 한나라당, 정부의 편을 들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겠다. 자그니의 오류를 지적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건 옳은 것이다.
자그니가 말하는 주성영 의원에 대한 불만은, ‘디지털 마오이즘’을 들먹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모른 채. 디지털 마오이즘은 재론 래니어라는 미국 학자가 주창한 개념이다.

▲ 디지털 마오이즘이란 에세이를 쓴, Jaron Lanier
자그니가 지적한 오류는 동아일보 기사로부터 시작한다. 아래가 자그니가 인용한 동아일보 기사다. 원문을 찾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최근 상황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다.
미국의 저명 미래학자 겸 비디오 예술가인 재런 러니어(사진) 씨는 2006년 5월 인터넷 학술 사이트 ‘에지(Edge)’에 인터넷 집단주의의 위험을 경고하는 장문의 글을 기고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우리는 ‘디지털 마오이즘(Digital Maoism)’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중국 문화혁명처럼 집단주의가 극좌, 극우 운동과 결합됐을 때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9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단어를 창안하며 인터넷의 민주적 가능성을 강조했던 러니어 씨가 인터넷이 집단주의로 흐를 때 생기는 위험성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 는 “인터넷에서 다수를 형성하는 권력은 ‘우리는 결코 틀릴 수 없다’는 ‘절대 진실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러니어 씨는 “인터넷에서 다수를 형성하는 주장의 질을 검증하고, 소수의 의견도 전체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집단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 욕타임스, 가디언 등 주요 외국 언론과 학자들은 “러니어 씨의 주장이 인터넷 집단주의의 문제점을 과대평가한 측면은 있지만 인터넷의 익명성이 오히려 토론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막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평했다.
그다음부터 자그니의 반박이 이어진다.
반박1. 재론 래니어는 미래학자가 아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컴퓨터 과학자, 작곡가, 비디오 아티스트, 작가라고 나오며 실제로 그는 아티스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조금만 더 찾아보지 그랬을가. 재론 래니어는 다트머스의 객원 연구원이고, 버클리대 국제컴퓨터공학연구소 연구원이며, 와튼스쿨 존스센터의 연구원이다. 물론, 염소젖을 짜고 그걸로 치즈를 만들어 팔면서 학사 과정 학비를 대기도 했고, 아타리에서 비디오게임도 만들었고, 음악도 하고 있고, 예술 활동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며, 가상현실을 이용한 제품을 상업화하느라 회사도 세우고 사장 노릇도 하긴 했다. 하지만,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였다고 학자가 아닌 것도 아니며,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마오이즘’이란 래니어의 개념은 매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도대체 재론 래니어의 주장 + 뉴욕 타임즈의 논평과, 주성영 의원의 주장에서 일치하는 점이 뭐가 있을까?”라는 자그니의 글을 읽을 때에는 헛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모르겠니? 정말?
반박2. 매스미디어는 진실을 말할 거라는 헛된 믿음 결 국 주성영 의원은 동아일보에 보도된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고, 자신의 신념에 맞게 재편집하다가 완전히 거짓말을 한 셈이다. 뻥이 뻥을 낳고 다시 뻥을 낳았다. 입으로 타고 전해진 말은 완전히 다른 말로 둔갑되어 서로에게 다가온다. … 다시말해 주성영 의원은 천민이라 불리는 우리들도, 이제 믿지 않고 항상 의심해보는 언론의 덫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재밌는 것은, 동아일보라는 언론이 이 거짓말 놀음의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 같은 인간도 해석하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장을 두고 동아일보 기사가 곡해를 하고, 그 곡해를 받아들인 멍청한 의원이 완전히 다른 말로 만들어 버렸다. 이건 기존에 언론이 독자들에게 기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말이 입과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와전되는 현상은, 그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괴담’이 퍼지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즈의 지적대로 집단지성은 오류를 걸러내는 재주가 있다. 언론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고, 잘못된 것을 잡아내는데 장점을 보인다. 이런 시스템은 선동에 의해 그리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선동에 의해 흔들리는 것은, 인터넷이 아닌 기존 매스미디어다. 그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데로 세상을 본다. 멀쩡히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사조차 왜곡하려고 든다. 하지만 세상이 이미 어떤 세상인가.
늘 생각하는 건데, 무식하면 용감하지나 말아야 한다. 자그니의 말대로라면, 동아일보가 소개한 재론 래니어의 주장은 왜곡되고 틀렸다. 왜? 래니어를 ‘미래학자’라고 불러서? 래니어가 자신의 글을 기고한 엣지가 어떤 잡지인지 전혀 모르고, 내지는 전혀 알아보지 않고 하는 소리다. 엣지에 소개되는 것은 미래학의 최신 트렌드, 내지는 기존 논의에 대한 혁신적인 주장들이다. 래니어도 학자 및 작가로서의 자격으로 엣지에 글을 쓰고 있고, 자신이 굳이 스스로를 ‘Futurist’라고 부르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 하고 있는 역할은 미래학자의 역할이다. 자그니의 말은 이제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멀쩡히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사를 인터넷의 무식한 놈들이 왜곡해낸다. 세상이 이미 어떤 세상인가. 용감하고 무식한 인간들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것이 인터넷에서 환영받는 세상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너희들, 너희들이 정말 왜곡의 주범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자그니의 “…그러니까, 주성영 의원, 형편 없는 것은 네티즌이 아니라 당신이다.”라는 표현을 그대로 돌려주겠다. 그러니까, 자그니, 형편 없는 것은 동아일보가 아니라 너다.
반박3.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조중동을 믿지 말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블로거들의 글이 올라올때는 그 ‘팩트’를 확인하려고 애쓰면서도, 언론이 보도할때는 그것을 무작정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 사실, 우리는 언론의 기사를 ‘팩트’로 여기고 글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건 분명히 우리 스스로가 반성해야할 지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들의 링크에 의해 스스로를 수정해 간다.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토론하면서, 다른 사실도 있음을 알아간다. …그런데 조중동, 니넨 뭐냐? -_-;;;
제발, 자그니가 스스로 얘기한 대로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자신의 바보짓을 수정했으면 좋겠다. 부탁이다. 쓸데없이 조중동, 너넨 뭐냐고 떠들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라. 팩트는 누가 왜곡한 것인지. 당신같은 얼치기들 때문에 집단지성에 대한 회의가 생겨나는 것이다.
댓글 3개
6월 21, 2008 (3:23 오전)
참,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조금 난감하네요.
1. ‘미래학자’가 아니라고 했지 ‘학자’가 아니라고 한 적 없답니다.
위키피디아 예를 들긴 했지만 래니어의 공식 웹사이트 프로필에서 확인해둔 내용입니다.
그는 컴퓨터 공학자이며 동시에 예술가이지만, 실제론 가상현실 아티스트로 더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2. 래니어가 엣지에 글 쓴 것은 2006년에 2번인가 밖엔 없었습니다. 그 글 가운데 미래학자적인 논지의 글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논했던 글이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3. 엣지가 미래학의 최신 트렌드를 논하는 곳이라면… 근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니, 그것보다, ‘미래학’이라는 학문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계신지 먼저 설명해 주셔야 할 듯 합니다. 일반적인 정의와는 다르게 정의하시는 듯.
4. 이 글로는 제가 어떤 바보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알려주시면 당연히 수정합니다.
개인적으론, 좀 성의 있는 글인가 했더니 -_- 영 아니어서 굉장히 아쉽습니다.
6월 21, 2008 (7:17 오전)
지나가다가 두분의 글을 본 사람인데요..
자그니님의 말에도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긴 한것 같은데요… 주성영 의원이 재런 러니어란 사람을 미래학자라고 지칭했다고 해서 거기에 관련된 얘기들이 잘못된건 아닌것 같구요.(물론 천민민주주의니 멀쩡한 한 국민을 이상한 사람 만든것등의 얘기는 제외하구 논쟁이 된 얘기부분에서만요.) 그리고 재런 러니어란 사람이 주장한 내용도 미래학자인가 아닌가를 떠나서도 디지털 시대의 폐해에 대해서 굉장히 예리하게 지적한 내용인것 같구요.
하지만 그 외에 자그니님의 글은 모두 사실을 담은 내용들이고 자그니님이 주장한 내용들이 사실인건 맞네요.
그런데 여기 글쓰신 님은 반박이라고 3개를 갖다놨는데 도대체 뭐가 반박인지..내용이 하나도 없네요.
저도 나름대로 뭔가 논리적인 반박이 있을거란 기대에 정말 사심없이 글을 보러 온건데요..
첫번째로 미래학자가 아니라는 글에 반박하신대놓고 정작 래니어가 미래학자라는 내용은 또 없네요..;; 국제컴퓨터공학연구소 연구원이면 무조건 미래학자인가요? 그건 또 아닌것 같은데..
“오히려 ‘디지털 마오이즘’이란 래니어의 개념은 매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자그니님은 래니어의 주장이 틀렸다고 한적은 없으신것 같네요.
두번째로 “자그니의 말대로라면, 동아일보가 소개한 재론 래니어의 주장은 왜곡되고 틀렸다. 왜? 래니어를 ‘미래학자’라고 불러서? ” <== 아까도 말했지만 자그니님은 래니어의 주장이 틀렸다고 한적은 없구요. 그리고 자그니님 의견의 핵심은 매스미디어가 무조건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인데 님은어떤 내용을 반박하고 주장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세번째는 뭐..정말 아무 반박도 없고 내용도 없군요.
자그니님의 글보다 오히려 님의 글이 더 거짓을 주장하는것 같군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냥 지나가다 글보고 뭔가 좀 앞뒤가 안맞는것 같아서 의견을 말씀드려봅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하구요.
그럼 이만..;
6월 22, 2008 (8:17 오전)
주성영이 좋고, 한나라당이 좋고, 정부가 좋고, 조중동이 좋으니 대충 자기 멋대로 사실관계를 끼워맞추시는군요. ‘그렇다고 내가 주성영과 한나라당, 정부의 편을 들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고 싶겠지만 그러시려면 최소한 다른 글들은 좀 숨겨주세요. 너무 티가 나는데요. 자그니의 오류를 지적해야 하니까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이는게 아니라, 편을 들고 싶어서 억지를 쓰다보니 티가날 수 밖에 없죠. 아무리 주성영이 좋아도 옳은 건 옳은 것이죠.